MBC부터 시작된 LG의 오랜 역사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이름 하나는 바로 박용택(44)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2년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선 박용택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LG의 라인업을 꿋꿋하게 지키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02년에 데뷔한 뒤 2020년 사실상의 마지막 시즌까지 박용택은 총 19시즌을 LG와 함께 한 원클럽맨이다. 쌓은 경력도 화려하다.
당장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2504개)의 주인공이 박용택이고, 당연히 LG 선수로도 최다다.
2237경기, 9138타석, 1259득점, 1192타점 모두 역시 LG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당분간은 깰 선수가 없을 정도로 2위와 격차가 크다.
그렇다면 그런 박용택의 '꾸준함'과 '원클럽맨'으로서의 경력을 넘어설 선수가 있을까.
확답은 이르지만, LG는 19일 하나의 계약으로 그 가능성을 화려하게 밝혔다.
LG는 19일 팀의 주전 유격수이자 야수진의 핵심인 오지환(33)과 6년 총액 124억 원(보장액 100억 원‧인센티브 24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지환도 '종신 LG맨'으로서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경기고를 졸업한 오지환은 2009년 드래프트에서 LG의 1차 지명을 받았고, 2009년 1군에 데뷔했다.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유격수라는 호평을 받으며 큰 기대를 모았다. 중간에 가는 과정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입단 당시 그 평가에 부응했다.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 당시의 아픔을 이번 6년 계약으로 말끔하게 털어냈다.
박용택은 LG 유니폼을 입고 총 19시즌(은퇴경기 제외)을 뛰었다. 오지환은 지난해까지 총 14시즌을 뛰었다. 오지환이 6년 계약을 모두 완주한다면 총 20시즌을 뛰게 되는 셈이다.
이는 LG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장 기간 서비스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LG 선수 중 오지환보다 더 오래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LG에서만 총 1624경기에 나갔다. 보수적으로 연간 100경기씩을 뛴다고 고려하면, 6년 계약이 끝날 때쯤이면 박용택의 출전 경기 수를 넘어설 수 있다.
지금 페이스와 비교적 건강했던 경력을 돌아보면 이를 훨씬 더 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타석 기록 역시 깰 가능성이 있다. 오지환은 지난해 569타석을 소화했고, 연간 450타석을 꾸준하게 나간다면 역시 박용택의 기록에 근접하게 된다.
박용택은 상대적으로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고, 오지환은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다. 공격 성적에서 같은 잣대로 비교가 쉽지 않지만 현재 득점과 타점 페이스를 이어 간다면 역시 박용택의 트윈스 역대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LG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것도 박용택인데 오지환은 146개로 64개 차이다. 6년의 시간을 고려하면 역시 이 부문도 도전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적이 조금씩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건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종합할 때 오지환이 건강하게 6년 계약을 소화할 경우 박용택이 가지고 있는 LG 프랜차이즈의 역사를 상당 부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팬들에게 큰 사랑도 받았지만 때로는 수비와 공격에서 큰 비판도 받았던 이 선수는 이제 LG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 다시 달려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