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tvN ‘내 남편과 결혼해 줘’(이하 ‘내남결’)의 정수민이 글로벌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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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연진이(임지연 분)는 이제 잊어도 좋다. 2024년은 tvN ‘내 남편과 결혼해 줘’(이하 ‘내남결’)의 정수민이 글로벌 악녀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사진 | 킹콩by스타쉽

정수민은 주인공 강지원(박민영 분)과 학창시절부터 친구지만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뺏고 왕따를 주도한 인물이다. 설상가상 지원이 위암 투병 중일 때 그의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과 불륜을 저지르고 지원의 사망 보험금까지 노리는 극악무도한 악녀다.

드라마가 처음 방송될 때만 해도 사생활로 구설을 빚은 주인공 지원 역의 박민영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천인공노할만한 뻔뻔함을 지닌 정수민과 인간쓰레기를 방불케 하는 박민환 커플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지원 앞에서는 발톱을 숨기다 뒤통수를 치는 송하윤의 얄미운 연기는 발군이라는 평가다.

 

사진 | 킹콩by스타쉽

송하윤은 21년차 중견 배우다. 고교 시절 잡지모델로 데뷔, 2003년 KBS2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발을 들였다.

그의 악역연기는 신인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2005년, 김별이라는 예명으로 故이선균과 함께 출연했던 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에서 이기적인 체조 유망주 정마루 역을 찰떡같이 연기해 호평받았다.

최고 시청률 34.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던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2015)에서는 사고를 당해 5살 아이의 지능을 갖게 된 어른부터 복수를 꿈꾸는 인물까지 변화무쌍한 캐릭터 ‘주오월’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극중 사고로 중도 하차할 캐릭터였지만 꿋꿋이 살아남는 존재감과 주오월 자체의 매력이 워낙 커서 당시 드라마 제목을 ‘내 딸, 주오월’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이외에도 SBS ‘언니는 살아있다’(2017)에서 악녀 양달희(김다솜 분)를 탄생시킨 악녀 세라 박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악역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아니다. KBS2 ‘쌈, 마이웨이’(2017)에서는 권태기를 겪는 러블리한 여주인공 백설희로 색다른 매력을 표했다. 21년간 다양한 작품에서 쌓은 다채로운 필모그래피가 ‘내남결’에서 제대로 터진 셈이다.

 

사진 | 킹콩by스타쉽

이는 배우 자신의 노력이 뒷받침한 결과기도 하다. 송하윤은 정수민 캐릭터를 위해 정신과 도움을 받고 프로파일러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내남결’ 제작발표회 당시 “최대한 생각을 비워야지 할 수 있겠더라. 초반 연기를 할 때는 감정을 넣어 대사를 읽으니까 몸살이 심하게 왔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연기를 통해 고스란히 구현됐다. 악랄한 연기를 위해 눈빛부터 말투까지 바꿨다. 그 결과 순진무구한 눈빛을 가졌지만 내면에는 뒤틀린 욕망이 감춰져 있는 정수민이 완성됐다.

사진 | 킹콩by스타쉽

지난 12일 방송된 13회에서 정수민이 강지원을 죽이는 것에 실패하자 “아빠가 나 또 버렸어. 그 아줌마랑 또 도망갔어. 다 강지원 때문이야. 다 죽여버릴 거야”라며 악에 받친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은 전율을 일으키게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39세지만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동안 외모 역시 원작 웹툰 속 정수민과 찰떡궁합이다. 웹툰에서 정수민은 작고 귀여우면서 큰 눈을 가진 미인으로 그려졌다. 러블리한 의상에 큰 액세서리를 착용했다. 작은 체구에 큰 눈망울이 매력적인 송하윤은 스타일링까지 정수민을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내남결’의 임팩트는 강했다. 트렌드 랭킹 서비스 랭킹파이에 따르면, 송하윤은 2월 2주 차 탤런트 트렌드 지수 1위를 차지했다. ‘내 남결’은 아마존프라임 TV쇼(시리즈) 부문에서 2위로 랭크돼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제 연진이 대신 정수민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K악녀’로 각인된 셈이다.

TV드라마 속 악녀들이 맹활약하며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일반 대중 안에 억눌려 있었던 감정들, 도덕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던 것들을 드라마에서 터뜨려 줬기 때문에 복수 그 자체보다도 악역에 현실적으로 더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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