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빌라왕 수사 안 받은 '빌라 제후' 있다 1만 채 위험 깡통주택 (+압류·가압류·임차권 설정 보증금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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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빌라왕'

2021년에만 1000채 이상 매입

압류·가압류·임차권 설정 보증금 반환 '빨간불'

지난해 1000명 '강제경매' 올해 급증 가능성

보험 가입 주택도 '깡통주택' 비율 절반 웃돌아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신청한 강제 경매가 늘어나는 등 ‘깡통 전세’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수도권에서만 약 1만 채의 주택이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주택을 소유한 임대인은 불과 12명으로 이들은 최근 2~3년 사이 주택을 집중 매입했으며 세금 체납으로 인한 압류 이력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금 변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전세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빌라의 신’ 권 모 씨와 ‘빌라왕’ 김 모 씨가 포함돼 있으며 아직 수사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 인물들도 있었다.

이들의 주택 매입 수법 및 압류 이력은 서로 비슷한 특징을 보였다.

20명이 1만 2000채 보유 이중 12명은 압류 이력

서울경제가 인공지능(AI)·공간 데이터 전문 기업 빅밸류에 의뢰해 주택 100채 이상을 개인 명의로 보유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에서만 404명이 주택 7만 9432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보유 주택 수 상위 20명은 본인 명의로만 총 1만 2377채를 소유해 1인당 평균 618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시세와 전세 보증금 간의 비교를 통해 보증금 미반환 사고 가능성이 높은 주택을 가려내는 빅밸류 위험의심주택탐지시스템(FDS)이 활용됐다.

세금 체납으로 압류 이력이 있는 수도권 다주택 임대인 현황 및 임차인에 의한 강매경매 신청 건수. 서울경제·빅밸류·지지옥션

본지는 별도 취재를 통해 수도권에서 개인 명의로 각각 300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 임대인 20명의 명단과 일부 보유 주택 현황을 확보했다. 이들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해 세무서에 의한 압류 이력과 HUG의 전세 보증금 대위변제로 인한 가압류 이력,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 설정 이력 및 주택 매입 시기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12명이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전세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빌라의 신 권 씨와 빌라왕 김 씨도 포함됐다.

제2 빌라왕, 재작년 수도권서 1050채 사들여

빌라왕 김 씨와는 다른 인물인 경기 시흥시 거주자 김 모 씨도 수도권에서 1050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의 소유 주택은 전세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을 비롯해 인천 미추홀구, 경기 부천시 등에 분포돼 있다. 공통적으로 소유 주택 대부분은 연립·다세대(빌라)였고 매수 시기는 2021년이었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신축 빌라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에서 한 해 동안 1000여 채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점이 빌라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시흥시 거주자 김 씨는 소유 주택 다수가 시흥세무서에 의해 압류된 상태다. 대부분 주택의 매입 시기가 2021년으로 전세 만기가 도래하지는 않은 만큼 아직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HUG 가압류 또는 임차권설정등기 등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다수 주택의 만기가 돌아오면 연쇄적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사 모 씨는 수도권에서 개인 명의로 694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사 씨 또한 소유 주택 다수가 압류돼 있고 일부는 SGI서울보증이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후 가압류를 걸었다. 사 씨는 2019~2020년 소유 주택을 대부분 매입했다.

인천 부평구 거주자 백 모 씨도 694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주택 다수가 압류 및 가압류가 됐으며 일부 주택에서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법원 명령에 의해 임차권설정등기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세 부실은 이제 시작 피해 급증 우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이 수도권에서 발부한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는 1만 493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에 신청해 받는 일종의 권리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지난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빌라왕 김 씨의 피해자들의 경우에는 등기 대상 주택의 임대인이 사망해 법적으로 소멸된 상태라 등기를 하지 못했으므로 실제 피해 건수는 이보다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된 시흥시 거주자 김 씨가 2021년 1000여 채를 집중 매입한 것처럼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 중에는 매입 시기가 2021~2022년인 경우가 많아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올해를 기점으로 급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빌라 사기로 인한 부실 사태가 신축 빌라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에도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맺은 깡통 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증가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지난해만 1000여 명 보증금 못 받아 강제경매 신청

법정에서 사용되는 경매 입찰 봉투의 모습.

빌라왕 김 씨의 사망으로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수도권에서만 1000여 명의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에 강제경매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지난해 10월 돌연 사망한 ‘빌라왕’ 김 모 씨의 피해자는 아직 대부분 경매 신청을 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들이 경매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올해 강제경매 신청 건수는 이보다도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된 대로 2021년 계약을 맺은 다주택 채무자 소유 주택의 만기가 올해 도래하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4일 서울경제가 법원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의뢰해 강제경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도권에서만 1016명의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를 위해 법원에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535건 △경기 373건 △인천 108건이었다. 이 같은 경매 신청 건수는 2020년 637건에서 2021년 824건으로 29.4% 늘어난 후 지난해 23.3% 증가하며 1000건을 웃돌게 됐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주택 1139채를 임대하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빌라왕 김 모 씨 관련 피해는 이 수치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임차인이 강제경매를 신청하려면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집행권원(청구 권리와 강제 집행 권한을 명시한 공문서)을 받아야 하는데 김 씨의 사망으로 인해 소송 대상이 법적으로 소멸된 상태여서 상속 등을 통해 새로운 소유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경매 절차를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의 임차인 중 경매 절차에 돌입한 인원은 47명인데 이들은 모두 김 씨 사망 전 경매 신청을 했다.

빌라왕, 빌라의 신 등 악성 임대인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관련 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경매를 신청하면 올해 강제경매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빌라왕 김 씨의 임차인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돼 있지 않아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는 인원은 전체 피해자의 절반 가량인 약 600명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다주택 채무자 임차인 중 다수도 보증금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해 임차인의 강제경매 신청 건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경매를 신청하더라도 최근 시황과 복잡한 권리 관계를 감안하면 낙찰 가능성이 낮아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 보증보험 가입주택도 절반 이상 '깡통주택' 강서구는 79%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 모 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2022년 12월 27일 오후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전국 각지에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보증금 보험에 가입한 임대사업자의 보유 주택마저도 절반 이상은 시세 대비 부채 비율이 80%를 넘는 ‘깡통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헙에 가입한 주택 70만 9026가구 중 38만 2991가구(54.0%)는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웃돌았다.

부채비율은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권 설정 금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을 주택 시세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한 비율 값이다.

80%를 넘게 되면 주택 가격 하락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종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깡통주택’으로 분류된다.

HUG 보증금 보험 가입 주택은 임대차 계약 만료 때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내어준다.

보험 미가입 주택에 비해 세입자가 떠안는 리스크가 작은 편이나 최근 빌라왕 김 씨의 사례처럼 임대인이 사망하게 되면 상속인이 정해질 때 까지 보증금 지급 절차가 연기된다.

이 경우 세입자는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길게는 1년 여 동안 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해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받은 전세자금대출 등의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임대보증금 반환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셈이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대한 경고음이 연일 울리는 가운데 인근 공항으로 인해 재개발 등 개발이 제한돼 2010년대 들어 신축 빌라가 우후주숙으로 들어선 서울 강서구 일대의 깡통주택 비율은 7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개인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 중 보증금 보험에 가입한 주택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보험 미가입 주택 등을 포함하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새로 지어진 빌라는 과거 거래 사례가 없고, 아파트처럼 정형화돼 있지 않아 다른 주택과의 시세 비교가 어려워 적정 시세(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부풀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잦다.

고준석 대표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신축 빌라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 지어진 빌라에서 전세 계약을 맺을 시 공인된 감정평가사에 의해 산출된 시세를 필수적으로 참고하게 하는 등 제도를 개편해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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