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 관광 잠수정 실종사고
2023년 6월 18일,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OceanGate Expeditions)사의 심해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Titan)'이 RMS 타이타닉의 잔해를 구경하는 관광 코스를 위해 잠항하던 중 실종된 사건
타이타닉호 관광 잠수정 실종사고
2023 Titan submersible incident
발생일
2023년 6월 18일 11시 47분경
대서양 일광 절약 시간제(Atlantic Daylight Time, ADT)로, 협정 세계시보다 3시간(UTC-03:00)이나 느려 대한민국 시간대로 계산하려면 해당 시각에서 12시간을 더해야 한다.(UTC+09:00 2023년 6월 18일 23시 47분경)
발생 위치
북대서양 (뉴펀들랜드섬 연안, RMS 타이타닉 잔해 인근)
유형
실종
원인
미상
피해
실종 5명(승무원 1명, 승객 4명)
동원 현황
미합중국 해안경비대, 캐나다 해안경비대, 상업용 심해 회사
잠수정 이름
잠수정 이름이 하필 관광 대상이자 사고 선박인 타이타닉과 어원을 같이하는 타이탄이라, 미신에 민감한 해양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왜 굳이 배의 이름을 저렇게 지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Titan이란 단어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거신족인 티탄에서 유래된 단어라 현대 영어에선 '거인', '거대한 것'을 뜻하는 명사며, titanic은 형용사로 '특출난 힘, 크기 등을 가진 것'을 뜻한다.
즉, '타이탄 같은'이란 이름을 가진 배와 타이탄 그 자체로 이름붙여진 잠수정인 셈.
사건 발생
현지 시각으로 2023년 6월 16일,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잠수정 '타이탄'을 탑재한 모선이 세인트존스시의 항구에서 출항했다.
잠수정에는 해당 업체의 CEO인 스톡턴 러시,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해미시 하딩, 파키스탄인 샤자다 다우드와 파키스탄 대기업 Engro Corporation 부회장. Engro는 파키스탄의 재벌 중 하나인 다우드 그룹에 소속된 자회사. 즉 재벌 가문의 금수저이다. 같이 실종된 아들 외에 딸이 하나 더 있다. 그의 아들 술라이만 다우드와 영국 남서부 Cobham에 있는, 국제학교이자 12년제 초중고등학교인 ACS Cobham 재학생 프랑스인 탐험가이자 타이타닉만 30년 넘게 연구한 폴앙리 나르졸레까지 총 5명의 남성이 탑승했다.
8일간 진행되는 타이타닉호 잔해 관광 상품의 비용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6월 18일 오전 10시 2분경, 예정대로 타이타닉호의 침몰 수역(북위 41°43'32″ 서경 49°56'49″) 근처에서 잠수정은 잠항을 시작했고, 계획상으로는 2시간 30분 뒤 타이타닉호 잔해 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약 1시간 반 이상 지난 11시 47분부터 갑자기 잠수정으로부터의 연락이 두절되었다. 실종신고는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예정대로라면 오후 6시 10분 잠수정이 다시 부상할 예정이었으나 소식이 없자 오후 6시 35분경이 되어서야 미국·캐나다의 해안경비대에 실종 신고가 접수되었다. 이후 당국에 의해 긴급 수색 작업이 진행되었다.
사고 원인 추정
전문가들은 이 상황에서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나는 잠수 과정에서 선체가 손상되어 누출이 발생했을 가능성. 이 경우 수압 때문에 선체가 바로 압궤되어 손쓸 틈조차 없이 삽시간에 선내 전체가 침수되며 전원 익사했을 것.
또 하나는 연락 두절을 확인한 직후 수면으로 올라왔을 가능성. 이럴 경우를 대비하여 미국 및 캐나다 수색 당국은 정찰기를 동원해 수면에 혹시 올라왔을지도 모르는 잠수정을 샅샅이 찾고 있다.
영국의 타이타닉 전문가 팀 몰턴은 잠수정 '타이탄'이 어선에서 떨어져 나온 그물 등 타이타닉호 주변의 각종 폐기물에 걸렸을 가능성 추정.
실종자
현재 실종 상태인 오션게이트의 최고경영자(CEO)스톡턴 러시는 모험을 선호하고 안전을 경시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스톡턴 러시는 본인의 팟캐스트에서 "안전은 쓰레기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위험을 감수해야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오션게이트 내부 직원의 잠수정에 대한 위험성 경고를 무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중 가장 유명인사는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탐험가인 해미시 하딩(Hamish Harding, 58세)이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 항공 산업의 판매 및 운영을 다루는 국제 기업인 액션 애비에이션(Action Aviation)의 회장이다. 2019년 지구 일주 기네스 세계기록을 취득했고, 2021년에는 2인 잠수정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챌린저 해연을 방문, 2022년에는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실종자 해미시 하딩의 37세 의붓아들 브라이언 사츠(Brian Szasz)는 아버지가 실종 중임에도 자신의 SNS에 blink-182 콘서트에 다녀온 것을 인증한 뒤 '가족들도 이것을 원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적어 빈축을 샀다.
여담으로 해미시의 친아들도 같이 탔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다행히도 이번에는 같이 동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과 함께 실종된 샤자다 다우드는 상술한 대기업 부회장 직함 외에도 WOW 시그널로 유명한 SETI institute 이사회의 이사를 맡고 있었다. SETI 연구소의 회장 겸 CEO인 빌 다이아몬드는 최근 이사회에서 다우드를 보았는데, 그는 타이타닉의 잔해를 둘러보기 위해 잠수정을 타고 여행하는 것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심해로 내려가는 것은 이번 사고에서 보듯 위험을 담보하는 일이지만 직접 인용하자면 "그 당시에는 그 위험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라고.
수색 과정
6월 18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해안경비대가 잠수함과 함정을 동원해 실종된 잠수정을 수색하고 있으나, 바다가 매우 넓고 통신이 연결되지 않는 관계로, 구조가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항공기 2대, 잠수함, 수중 음파 탐지기 부표 등을 수색 작업에 동원했으나, 해당 해역은 육지와 거리가 600km로 배로 하루 내에 오갈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멀고, 깊이도 매우 깊어 수색이 쉽지 않다.
타이탄이라는 잠수정은 타이타닉호 관광을 위한 심해 잠항에 특화된 잠수정이었는데, 이것이 타이타닉호와 멀지 않은 심해에 고립되어 있다면 같은 방식의 잠수정이 아닌 유인 구조선으로는 접근 자체가 힘들고, 시야 확보도 되지 않아 구조 활동에 제약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역사상 가장 깊은 수심에서 성공한 수중 구조는 1973년 아일랜드 근해 켈트해에서 해저 케이블 부설작업 중 고립됐다가 76시간 만에 구조된 파이시스 3호(Pisces III) 잠수정의 사례인데, 이 당시 수심은 480m였는데도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실종된 잠수함은 훨씬 더 깊은 수심 3,700m를 향해 잠수하다가 실종된 상황이다.
거기다 위치를 파악한다 해도, 잠수정을 어떻게 갖고 올라올지가 문제입니다.
데이비드 마르케, 전 미국 해군 잠수함 사령관 (KBS 유튜브)
실종된 잠수정을 찾는 것도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간신히 찾는다고 해도 인양, 구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사고 1년 전 문제의 잠수정에 탑승한 적이 있었던 CBS 기자 데이비드 포그가 자신의 경험을 말하길, GPS 장비와 라디오는 깊은 심해에서는 작동하지 않으며, 내압 구조를 위해 출입구를 외부에서 볼트로 단단히 밀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안쪽에서 문을 여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존의 심해 잠수정들도 보통 여닫는 해치가 있으므로 단가 절감을 위해서 이런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잠수정에 있는 무게추(drop weight)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속장치가 용해되어 어떻게든 잠수정을 수면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되어 있는데, 잠수정이 수면에 떠올라도 선체 대부분이 잠겨 있고 흰색인 관계로 수면에서 식별이 쉽지 않을 것이라 한다. 만약 기적이 일어나 잠수정이 저절로 수면 위로 올라온다 하더라도 상기한 것처럼 자력으로 탈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구조대가 제때 발견해주지 못하면 그대로 갇혀만 있다가 산소 부족 및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질식사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6월 20일 오후 1시쯤, 잠수정에 숨쉴 수 있는 공기가 40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는 발표가 나왔다. 보다 앞서 미 해경은 실종자들이 살아있다면 잠수정 내에서 70시간에서 최대 96시간, 즉 3~4일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해군은 수색 지원을 위해 소형 선박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가를, 프랑스는 수중 로봇을 실은 배를 파견했지만 북대서양 지역의 수면과 수중을 24시간 살펴보고 있음에도 별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 시간으로 6월 21일 오전 1시, 해안경비대가 트위터에 캐나다 해군의 P-3 오라이언 대잠초계기가 잠수정 실종 지역 부근에서 어떠한 소리를 탐지했으며, 소리가 발생된 곳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원격조종 수중로봇(ROV)을 보내 탐사를 하였으나 반응 없음(negative)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색을 계속할 것이며, 미국 해군 전문가들에게 추가적인 음성 분석을 의뢰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국토안보부 이메일에서는 이 소리를 "30분마다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같다"(banging sounds in the area every 30 minutes.)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잠수정 내부의 생존자들이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해군에 이어 민간업체 선박과 항공기까지 수색에 동원됐다. 구조를 위해 미해군의 심해인양장비가 현지로 이동 중이며 프랑스도 심해잠수로봇 파견을 결정했다.
2023년 6월 21일 미국 해안경비대 제이미 프레더릭 대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잠수정과 탑승자 수색을 위해 모든 자원을 계속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잠수정에 남은 식료품과 물은 "한정된 양"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수색 작업이 시간과의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30분마다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를 감지한 이후 수색함을 2배로 늘렸다고 한다. 잠수정에 산소는 10시간 남짓 남았다고 한다.
오션게이트 타이탄 호의 탑승 구조